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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

[기고] 고병원성 PRRS, 누구냐 넌?

고병원성 PRRS(HP-PRRS)에 관한 고찰
바이오포아 박창훈 박사 (changhoonpark1234@gmail.com)

돌이켜보면 2006년은 참 여러모로 의미가 깊은 해였습니다. 약 10년 전인 그 당시에 처음으로 북한이 핵실험을 시도하였고 그 기점으로 오늘날 북핵은 우리에게 큰 부담이 되어버렸습니다. 



일반인들은 북한 핵실험을 보면서 공포와 혼란을 느꼈겠지만, 우리 양돈 수의사들에게 2006년은 북한 핵만큼이나 위협적인 질병의 등장을 경험한 해 였습니다. 바로 ‘HP-PRRS (Highly Pathogenic PRRS, 이하 '고병원성 PRRS')’ 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PRRS는 사실 돼지를 죽이는 질병이 아닙니다. 그래서 2006년에 처음으로 고병원성 PRRS가 중국에서 등장했을 때 대부분 학자들은 이 질병이 PRRS 라는 것을 확인하고 무척이나 당혹해 했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돼지를 죽이는 병이 아니라고 여겨지던 PRRS가 자돈에서 무려 90%에 달하는 치사율과 모돈마저 40% 이상 폐사시키는 위력을 보여주니 당황할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이 질병을 조사한 초기 연구자들은 고병원성 PRRS의 유전적인 특징에 집중했는데, 학자들은 이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NSP2(Non-Structure Protein, 비구조단백질)에 30개 가량의 아미노산 결손부위가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그래서 당시엔 한동안 이 결손 부위가 고병원성 PRRS 바이러스의 병원성을 결정하는 결정적인 부위라고 생각했습니다. 현재 밝혀진 바로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이 확인되었지만, 지금도 고병원성 PRRS를 확인하고자 할 때 이 결손부위를 기점으로 진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병원성 PRRS란 무엇인가? 

▲ 고병원성 PRRS 증상(출처: 한별팜텍 이승윤 원장)

사실 무엇을 고병원성 PRRS라 부를 지는 쉽지 않습니다. 제가 베트남에서 고병원성 PRRS를 다뤄본 경험을 이야기 해드리자면, 지역 대학교에서 고병원성 PRRS라고 분리된 NSP2 유전자가 결손되었고 유전적으로도 99.8% 유사도를 보인 두 PRRS가 있었는데 막상 접종 실험을 해보니 한 균주는 감염 이후 자돈의 70%가 죽었는데 반해, 다른 균주는 전혀 자돈에 폐사를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즉 바이러스의 유전자 분석만으로  고병원성 PRRS를 정의하는 것은 이름에 걸맞는 '고병원성'이라 부를 수 없다고 판단됩니다.

그래서 농장에서 고병원성 PRRS를 의심한다면 제일 먼저 자돈의 폐사율을 봐야 합니다. 이 바이러스의 가장 확실한 특징은 높은 자돈 폐사율이라 할 수 있습니다. 2006년 중국에서는 2백만마리의 돼지가 노출되어 약 40만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보고되었는데 이는 약 20%의 폐사율 입니다. 농장마다 폐사율이 차이를 보이는데 대략 20% 이상은 분명하다고 보여집니다. 

심하게는 라오스에서 조사한 바로 약 자돈의 91%가 죽고 웅돈도 6%가 죽은 것으로 보고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농장에서 20%가 넘는 자돈이 죽고 심지어 모돈, 웅돈 폐사까지 동반한다면 고병원성 PRRS를 심각하게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검물에서 추출한 PRRS의 NSP2 유전자가 30aa 결손 부위를 가지고 있다면 확진할 수 있습니다.

고병원성 PRRS 왜 이렇게 강력한 병일까?
대부분의 저명한 PRRS 전문가들은 전세계적으로 PRRS의 병원성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에 동의 합니다. 중국에서 발원한 이 고병원성 PRRS는 북미형 PRRS인데, 유럽에서는 동유럽에서 발원한 유럽형 subtype 3 Lena PRRS가 있습니다. 이 두 바이러스 모두 자돈에서 고열을 동반한 급사를 유발합니다. 

2006년을 기점으로 갑자기 왜 이렇게 강력한 바이러스들이 등장한 것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일단 PRRS의 병원성이 강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초기 연구자들의 보고에 따르면, 고병원성 PRRS는 감염 이후 매우 높은 고열(41도 이상)을 유발하고 전신 장기에 걸친 출혈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임상정인 특징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41도 이상의 고열
▷ 고열로 인한 떨림, 식욕부진, 침울, 무기력, 피부와 귀의 발적 
▷ 다양한 호흡기 증세: 호흡곤란, 천식, 재채기, 기침, 안구 분비, 설사 
▷ 신경증세

한때는 고병원성 PRRS 바이러스의 역가가 여타의 PRRS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아 생체에서의 증식이 기존의 PRRS 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사실, 일반적인 국내 분리 강병원성의 PRRS와 고병원성 PRRS는 생체에서의 증식은 비슷한 수준입니다. 즉 고병원성 PRRS가 돼지에서 특별히 더 잘 자라는 바이러스는 아니라는 점 입니다. 

그보다 중요한 특징은 이 바이러스가 뇌를 감염시킬 수 있다는 점[1,2]과 체온과 관련된 생리활성물질 (Prostaglandin E2)의 분비증가 입니다. 따라서 뇌염을 동반하여 체온을 비정상적으로 올리기 때문에 고온에 취약한 어린 자돈과 임신 모돈이 쉽게 폐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특이하게 부검 시 돼지열병(CSF)처럼 전신 장기에 출혈이 간혹 보이기도 하는데 항상 보이는 것은 아니고 몇몇 경우에만 확인됩니다. 이는 아테리비리데(Arteriviridae) 바이러스에 속하는 PRRS 특성상 혈관에 입히는 손상으로 발생한 '산재성 혈관 내 응고'(DIC, Disseminated intravascular coagulation)인 것으로 보여집니다. 


부검 시 보이는 소견은 다음과 같습니다.
▷ 피부출혈, 심한 폐부종과 경화, 림프절 부종
▷ 폐 간질성 비대와 충혈, 점막 충혈 
▷ 위장관 궤양  
▷ 뇌부종과 충혈  

감염된 자돈은 확실한 떨림증상을 보이며 걷거나 뛰는 등의 움직임이 거의 없고 사료 섭취도 없습니다. 대개 감염 5일 후부터 폐사가 시작되는데 모돈의 경우에는 폐사까지 걸리는 기간이 보다 길어질 수 있고 증상을 눈치채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한국의 고병원성 PRRS?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고병원성 PRRS는 2006년에 중국에서 처음 보고되었고 한동안 맹렬한 기세로 동남아시아로 바이러스가 번져갔습니다. 당연히 당시에 국내에서도 이 바이러스가 유입될 수 있어 공포에 떨었는데 의외로(?) 국내에는 보고 사례가 없습니다. 

어디 산골 농장에서 발생한 적이 있었다더라 등 소문은 있어도 공식적으로 한 농장에서 기록적인 폐사율을 보인 PRRS는 없습니다. 여담이지만 유럽형 PRRS가 국내 농장에서 높은 폐사율을 보인 적은 있습니다. 하지만 고병원성 PRRS는 북미형 PRRS이므로 이 경우는 예외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중국 및 동남아시아와 지리적으로 근접하고 상호 교역도 매우 활발한 편인데 왜 10년간 고병원성 PRRS 발생이 없었을까요? 



간단히 말하자면 아직 우리나라가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종돈을 구입한 적이 없어서 입니다. 생각해보면 농장에서도 신종 PRRS 균주의 유입은 새로 들여온 후보돈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마찬가지로 국가 간의 PRRS 유입도 감염된 돼지의 반입이 가장 큰 역할을 합니다. 

PRRS는 환경 저항성이 강한 바이러스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56도에서 6분, 37도에서 3시간이면 바이러스가 불활화 됩니다. 여러 화학제제에도 취약한데 Iodine에 1분이면 불활화되고 UV에서는 10분이면 불활화됩니다.

이런 바이러스가 국경을 넘어 중국에서 한국으로 넘어오려면 상당한 제약을 감수해야합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안전한 보호막 안에 싸여서 무사히 입국(?)하는 것인데 다시 말해 감염된 돼지와 함께 유입되는 것이 제일 확실한 방법입니다. 

PRRS 바이러스의 역사를 고찰해보면 이런 바이러스의 국가 간 전파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가 있습니다. PRRS의 유입이 돼지의 수입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은 3가지 예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 1900년 초 독일에서 미국으로의 멧돼지 수입 : 북미형 PRRS의 기원
▷ 한국의 1980년대 북미지역 종돈의 수입 : 최초의 국내 북미형 PRRS 보고사례 
2002년 구제역 파동 이후 유럽산 종돈의 수입 : 2005년 부터 국내 유럽형 PRRS의 발병 사례 급증

이렇게 국가 간의 PRRS 유입은 종돈을 비롯한 돼지의 유입이 결정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는 돼지와 사람의 국경 이동이 빈번한 편이고 멧돼지라는 매개체를 통한 전염 가능성도 높아 빠르게 고병원성 PRRS가 번질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지난 10년간 막아온 고병원성 PRRS의 유입을 막기 위해서는 고병원성 PRRS 발생 국가의 돼지 및 정액과 가검물의 유입을 강력하게 통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축산 관계자의 해당 국가 방문 시 농장 출입을 제한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병원성 PRRS 대비책?

만약 만에 하나라도 고병원성 PRRS가 유입되면 국내 농가의 피해는 막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기존의 백신이 고병원성 PRRS를 막아낼 수 있을까요? 워낙 민감한 부분이라 말씀드리기 쉽지는 않지만, 기존 백신들 특히 북미형 기반의 백신은 고병원성 PRRS에 일부 효과를 보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백신을 맞은 모든 돼지가 고병원성 PRRS에 살아남는 것은 아닙니다. 폐사율을 감소시킬 수는 있으나 완벽한 방어에는 거리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개발된 고병원성 PRRS 기반의 약독화 백신은 안전성에 여러 문제가 보고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앞으로 보다 면밀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 Pathogenesis of nonsuppurative encephalitis caused by highly pathogenic Porcine reproductive and respiratory syndrome virus. Journal of Veterinary Diagnostic Investigation 2012
[2] Up-regulation of pro-inflammatory factors by HP-PRRSV infection in microglia: Implications for HP-PRRSV neuropathogenesis
[3] Highly Pathogenic Porcine Reproductive and Respiratory Syndrome Virus Induces Prostaglandin E2 Production through Cyclooxygenase 1, Which Is Dependent on the ERK1/2-p-C/EBP-β Path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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