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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농장 이야기

[김동욱의 돼지 농장 이야기(12)] '모가지가 두꺼워 슬픈(?)' 돼지는 뒤를 볼 수 없을까?

'한별팜텍'의 '김동욱 수의사'가 전하는 동물복지 이야기

[본 원고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양돈산업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이해를 돕고자 기획된 글 입니다. 초고속정보화 시대를 맞아 지속가능한 한돈산업을 위해 소비자들과의 소통과 공감이 점차 요구되고 있습니다. 잠시 일반인의 눈으로 양돈산업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돼지와사람]

'모가지가 길어 슬픈 짐승이여'로 시작하는 노천명의 '사슴'. 다들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시일 텐데요. 이에 빗대어 지금 들려드릴 얘기는 목이 두꺼워 슬픈(?) 동물, 돼지의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길 가다 누군가가 뒤에서 나를 부르거나 혹은 뒤에서 무언가 이상한 기운이 느껴질 때 뒤로 돌지 않고 목을 돌려 뒤를 볼 수 있죠. 많은 동물들, 특히 가정에서 함께 지내는 개와 고양이들도 편하게 목을 돌려 뒤를 바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돼지들은 목이 두꺼워 목을 돌려 뒤를 볼 수 없습니다.

그럼 돼지는 영영 뒤를 볼 수 없는 것일까요?


다행히 돼지의 눈은 사람의 눈보다 훨씬 넓은 범위를 볼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뒤에서 들리는 소리를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는 청각의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아래 보이는 사진처럼 사람은 양쪽 눈을 모두 이용할 경우 120도의 범위를 볼 수 있습니다. 그 이상의 범위를 보려면 목을 돌려 보면 되고요. 그런데 목이 두꺼워 목을 돌리기 어려운 돼지는 목을 돌리지 않고도 무려 사람보다 2.5배 이상의 범위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돼지는 예민한 청각의 도움을 받아 뒤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감지합니다. 돼지가 뒤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돼지의 귀가 쫑긋 서면 뒤에 상황에 대해 주시하고 있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돼지의 특성은 돼지를 몰고 이동시킬 때 매우 중요합니다. 돼지는 시각, 청각, 후각이 예민합니다. 그래서 자신에게 위협이 될만한 상황에 대해 빨리 인지하고 그에 대한 반응을 보입니다. 만약 관리자가 이런 돼지의 특징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정말 돼지와 치열한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돼지 한 마리를 몰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버리는 상황에 놓이게 될 수 있습니다.


모든 동물에게는 '위협을 인지하는 반경(플라이트 존·Flight Zone)'이 있습니다. 돼지도 물론 있구요. 이 플라이트 존의 경우 돼지의 나이와 이전에 느꼈던 위협의 경험에 따라 넓어지기도 하고 좁아지기도 합니다. 일단 어린 돼지일수록 플라이트 존의 반경이 넓고, 나이가 들수록 반경은 작아집니다.




실제로 농장에서 큰 돼지들에게 다가가 여러 가지 관리를 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이는 플라이트 존이 좁아서 이기도 하고, 또 익숙한 관리자가 다가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서입니다. 그리고 순간의 흥분 정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플라이트 존이 넓은 어린 돼지들이 있는 공간에 들어가면 일단 냅다 도망가기 바쁩니다. 하지만 좀 큰 돼지들은 도망가기는 커녕 오히려 제게 다가와 장난을 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흥분이 되면 다른데요. 돼지들의 건강 상태 점검을 위해 농장에서는 정기적으로 돼지들의 혈액을 채취해 검사를 합니다. 개나 고양이와 같은 반려동물은 일단 크기가 작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적기 때문에 동물병원에서 채혈을 할 때 수의사나 간호사가 잘 안고 있으면 편히 혈액 채취가 가능하죠. 하지만 돼지들은 덩치가 크고 사람 손길에 익숙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보정 도구(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도구)를 이용해 고정을 시킨 채 채혈을 하게 됩니다.

제가 채혈을 하러 들어온 줄 모르고 제게 다가와 살갑게 장난을 치던 녀석이 보정을 당해 채혈을 하는 동안 "꽤액~~" 비명을 지르게 되는데, 이 비명에 놀란 돼지들은 한동안 제가 다가가면 도망가기 바쁩니다. 순간적인 흥분으로 인해 플라이트 존이 일시적으로 좁아지기 때문이죠. 하지만 잠시 기다리며 가만히 돈방에 쭈그리고 돼지와 눈높이를 맞추면 이내 다시 다가오고 그러면 다시 보정을 해서 채혈을 합니다.


돼지를 키우는데 있어 이와 같은 돼지의 신체적 특징, 행동습성을 이해하고 이에 맞춰 관리할 때 돼지들과 농장 식구들도 서로 힘들지 않게 잘 어울려서 지낼 수 있답니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김동욱의 돼지농장 이야기 11편 보기, 10편 보기, 9편 보기, 8편 보기,  7편 보기 , 6편 보기, 5편 보기, 4편 보기, 3편 보기, 2편 보기, 1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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