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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농장 이야기

[김동욱의 돼지 농장 이야기(10)] 모돈펜스 시리즈 마지막편,돼지를 위한 진짜 '답'은 무엇일까?

'한별팜텍'의 '김동욱 수의사'가 전하는 동물복지 이야기

[본 원고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양돈산업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이해를 돕고자 기획된 글 입니다. 초고속정보화 시대를 맞아 지속가능한 한돈산업을 위해 소비자들과의 소통과 공감이 점차 요구되고 있습니다. 잠시 일반인의 눈으로 양돈산업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돼지와사람]


모돈 펜스 사육의 진실 5.인간이 정한 '답'을 버려야 할 때


인신 모돈의 펜스 사육은 모돈의 행동을 제약한다.

이는 동물 복지 측면에서 부정적이며, 심하게 동물 학대이기도 하다.

따라서 돼지의 진정한 '자유'를 위해서 모든 농장의 펜스는 없어져야 한다.


동물보호단체들과 그에 호응하는 일부 소비자들의 주장입니다.

유럽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는 실제 이 주장을 받아들여 임신 모돈의 군사 사육을 법으로 지정해 진행 중이죠.


하지만 '풀어주면 행복할 거야'라 생각에서 시작한 군사사육시스템은 임신 모돈의 복지나 행복을 위한 정답이 아니었습니다. 바뀐 체제에 익숙하지 않은 다른 임신 모돈들과의 사이에서 발생하는 다툼으로 임신모돈에게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육체적인 상처를 남겼으니까요.


캐나다의 한 농장에서 이런 실험을 했습니다.


임신 모돈에게 펜스와 군사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죠. 바로 "Free Access Stall"이라는 것을 설치해서 들어가길 원하는 모돈은 펜스에 들어가고 나오고 싶을 땐 언제나 자유로운 공간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하여 모돈이 어떻게 선택을 하는지를 관찰해 보았습니다.


이 펜스는 평소에는 활짝 열려있다가 모돈이 들어가면 문이 닫혀 다른 모돈이 들어오지 못하는 구조였습니다. 물론 펜스에 들어간 모돈이 나오고 싶을 땐 뒷걸음을 쳐 엉덩이로 문을 밀면 자유롭게 나올 수 있는 구조였고요.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 임신 모돈들이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시스템


대부분의 모돈은 하루 중 85-90%의 시간을 펜스 안에서 보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원하면 언제든지 자유공간으로 나올 수 있었는데 말이죠. 또한 일부 모돈은 아예 펜스 밖으로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대개 펜스 밖으로 나온 후에도 1~2분 정도 머물다 다시 펜스로 들어가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고요.


다른 곳에서 진행한 유사 형태의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도출되었습니다.




위 사진은 제가 직접 방문한 덴마크의 돼지농장입니다. Free Access Stall을 운영 중인 농장인데요. 내부를 둘러보는 내내 구역당 한두 마리의 돼지만 탁 트인 공간으로 나와있었을 뿐, 대부분의 모돈은 펜스 안에서 곤히 자고 있었습니다. 농장의 사장님 역시 임신 모돈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펜스 안에서만 보내고 아주 가끔 나온다고 말씀하셨고요.


다양한 형태의 실험과 거기서 나온 답은 '펜스는 동물복지가 아니다'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생각을 변화시키기 충분했습니다. 임신한 모돈이 정말 원하는 것은 다른 개체들로부터 독립된 조용한 공간이 아닐까하는 돼지 본위의 고민이 시작된 것이죠.


결국 미국 수의사회와 미국 양돈수의사회에서는 임신 모돈의 펜스 역시 동물복지라고 볼 수 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물론 펜스만 복지고 군사는 복지가 아니라는 뜻은 아닙니다. 군사도 또 펜스도 각각의 장단점이 있지만 모두 돼지가 원하는 바와 원치 않는 바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죠.


혹시 모든 돼지가 전부 펜스에서 사육된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 임신한 모돈과 분만 후 포유 중인 모돈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돼지는 군사 생활을 한답니다.

자, 그럼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생길 수 있는데요.


'뭐야, 아까는 군사 사육으로 기르면 싸우고 스트레스받는다면서?'라는 거죠.


답부터 말씀드리자면,

'맞습니다. 싸움을 피할 순 없어요'

다만, 서열정리를 위한 초반 다툼을 끝내고 나면 평상시와 다름없는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대부분 엄마 젖을 뗀 이후의 돼지들로 그룹을 구성하는데 한번 구성된 그룹은 출하까지 큰 변동이 없이 지속되기 때문이지요.


이는 서로 다른 일령의 돼지가 섞이게 될 때 생길 수 있는 질병 전파 문제를 막기 위한 시스템인데, 돼지를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서 꼭 필요한 부분이에요. 매주 분만이 이루어지는 농장 관리의 특성상 새로운 모돈이 들어오고 나감을 반복하는 '모돈 군사'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죠.


그럼 왜 굳이 '모돈'에게만 펜스를 쓸까요?




아마 현장 관리자들이 임신한 모돈들을 보호하기 위해 나온 사육 방식이 아니었을까요?


육중해진 몸으로 사소한 움직임에도 예민하게 반응해야 하고,

작은 것에도 끊임없이 싸워야 하는 위협에 놓인 '모돈의 건강'과 곧 태어날 새끼 돼지들의 '안전'을 위해서 말이죠.


전에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돼지의 복지를 얘기할 때 '너무 사람의 기준으로 돼지를 판단한 것이 아니었을까'라구요.

돼지에게 사람의 감정을 이입해 생각하다 보니 정작 돼지가 정말로 원하는 것과 필요한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 오히려 돼지를 곤혹스럽게 했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이른바 감금틀(영어로 스톨-Stall이나 크레이트-Crate)이라 불리던 것을 펜스라고 부르며, 가둠, 감금이 아닌 보호의 의미를 담은 둘레, 울타리라는 의미로 Maternity Pens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것을 우리말로 고치면 저는 '엄마 돼지의 방'이라고 부르고 싶네요.


지난 11월 미국에서 열렸던 돼지 복지 심포지엄에서 한 발표자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동물복지와 동물의 5대 자유를 언급하며, 앞서 말한 실험 결과를 볼 때 어쩌면 우리가 얘기하는 동물의 5대 자유 보다 좀 더 돼지를 위한 방법, 돼지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의 자유'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란 말이었죠.


저는 그 말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정말 돼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사람인 우리로서는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사람의 생각으로 돼지도 그러할 것이라고 단정 짓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돼지를 더 힘들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죠.


돼지가 진정 원하는 것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는 지금도 전 세계 곳곳에서 진행 중입니다. 그렇게 돼지가 정말 행복할 수 있는 조건, 환경이 어떤 것인지를 찾고 있고, 그리고 그런 연구 결과들이 조금씩 실제 사육환경에 적용이 되면서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돈 펜스 이야기를 마치며


저는 농장에서 돼지를 키우시는 분들 만큼 돼지를 걱정하고 돼지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분들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부 외부의 날선 시각-돼지 농장주들은 오로지 경제적인 목적으로 사육하는 걸 거야-을 마주칠 때마다 가슴 한편이 굉장히 아려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어쩌면 농장 식구들이 바깥의 많은 사람들에게 "돼지가 이렇게 키워지고 있답니다"라고 소개를 할 기회가 너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농장 안에서 밖을 향한 충분한 설명이 없었기 때문에 밖에서 봤을 때 그런 간극이 생기게 된 게 아닐까 하고요.


그래서 제가 이런 글을 통해 정말 돼지가 키워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던 것입니다. 모돈의 군사와 펜스 사육에 대한 몇 회에 걸친 얘기를 통해 여러분들이 조금은 모돈의 사육환경에 대해 이해를 하셨기를 바랍니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김동욱의 돼지농장 이야기 9편 보기, 8편 보기,  7편 보기 , 6편 보기, 5편 보기, 4편 보기, 3편 보기, 2편 보기, 1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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