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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농장 이야기

[김동욱 돼지농장 이야기(15)] 돼지 수의사가 짚어본 구제역 발생과 대응 방식의 문제

'한별팜텍'의 '김동욱 수의사'가 전하는 동물복지 이야기

[본 원고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양돈산업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이해를 돕고자 기획된 글 입니다. 초고속정보화 시대를 맞아 지속가능한 한돈산업을 위해 소비자들과의 소통과 공감이 점차 요구되고 있습니다. 잠시 일반인의 눈으로 양돈산업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돼지와사람]



3월말 발생한 경기 김포지역의 구제역으로 많은 돼지가 살처분 됐습니다. 그 후 다행히 추가적인 확산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구제역 같은 악성가축전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가축 살처분 문제는 늘 언론의 주요 이슈가 됐을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의 걱정과 우려, 분노와 같은 감정을 유발하고 있지요.


사실 이 부분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것이 돼지 수의사인 저로서는 상당히 조심스러운 부분입니다. 그리고 매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일단 우리가 함께 생활하는 반려동물을 제외하고 고기를 얻기 위해, 또 우유나 알을 얻기 위해 사육하는 동물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에서 생각이 다른 많은 분들의 공통적인 공감을 이끌어 낸다는 사실 자체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마냥 피할 문제도 아니기에 이 글을 쓰려 합니다.


사람과 동물, 악성전염병 통제를 위한 기본 원칙은 동일

2015년 온 나라를 긴장하게 만들었던 메르스 사태를 기억하시나요? 메르스는 해외 유래의 악성 가축전염병이자 인수공통전염병이기도 해서 낙타가 그 시기 기피 동물이 되기도 했죠. 이런 해외 악성 전염병이 사람에게 발생했을때 대처 방식이 어땠는지 기억하시나요?




당시 메르스 확진 환자는 음압 병동(병실 외부의 공기는 여과 없이 들어오지만, 나가는 공기는 필터로 정화되어 바이러스가 외부로 배출되지 못하게 하는 시설)에 격리됐습니다. 또 확진 환자와 함께 생활한 가족과 직장동료 그리고 의료진 등 확진 환자와 조금이라도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에겐 격리 관찰이 이루어졌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확진 환자나 감염 의심자들을 아직 메르스가 발병하지 않은 집단으로부터 격리했다는 것입니다. 또 확진 환자가 지낸 공간을 폐쇄하거나 소독을 실시하고, 확진 환자가 최초로 진료를 받으러 방문했던 병의원은 수일간 문을 닫기도 했습니다. 사람의 경우 이런 조치가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고, 또 주요한 병원을 중심으로 격리시설이 설치돼 있어 질병의 전파와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농장에서 지내는 동물들은 어떨까요?

일단 동물들은 말을 하지 못하기에 농장 식구들이 동물들의 건강 이상을 확인하기까지 시간이 지체됩니다. 돼지들이 "저 열이 나요" 또는 "입맛이 떨어지고 몸이 욱신거리는데요?"라고 말을 해주면 좋으련만, 돼지 전염병의 경우 어떤 병원체에 감염이 되고 질병이 잠복기를 거쳐 임상증상이 발현되고 농장 식구들에게 발견되었을 때 비로서 질병의 가능성을 의심하고 진단이 시작됩니다. 


구제역은 말 그대로 입과 발굽에 문제가 생기는 병입니다. 그래서 입에 수포가 생기고 이 통증으로 인해 사료 섭취량이 감소하든지 발굽에 수포가 생겨 걸음걸이가 이상해지든지 하는 특이 증상을 발견해야 농장에서 진단을 위한 신고가 들어갈 수 있죠.




신고 후 검사 결과에 따라 확진이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람이라면 확진 환자 및 확진 환자와 함께 생활하던 사람들 모두가 격리 대상이 되죠. 돼지를 비롯한 다른 동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구제역과 같은 악성 해외가축전염병이 확진되면 확진 동물을 비롯해 동거하는 모든 동물이 격리 대상이 됩니다.


그런데 어디로 격리를 해야 할까요? 

확진 환자가 격리되는 음압 병동과 같은 시설 자체가 없기 때문에 외부로의 이동 격리는 불가능합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바이러스의 확산을 통제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농장 내의 가축들을 안락사 한 후 매장(농장 외부로 사체가 유출되는 경우에도 바이러스가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농장 내부 부지에 매장)하고 농장은 환경 내 남아있는 바이러스가 없다고 판단되는 시점까지 폐쇄합니다.


'악성' 가축전염병의 발생 원인은?

현대화된 사육 방식(규모화된 실내 사육)이 악성전염병 발생의 주된 원인으로 지적되는 경우를 봅니다. 사육환경에 따라 면역력이 낮아진 동물들이 질병에 잘 걸릴 수 있다는 이유인데요. 일반적인 질병과 악성 전염병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합니다.


사람도 같은 공간에서 여러 명이 함께 생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그리고 초·중·고교에서는 하루 종일 교실 안에서 많은 학생들이 함께 생활합니다. 그리고 누가 감기라도 걸리면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에게로 옮기는 경우를 종종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면역력이 약한 어린아이들에게서 이런 현상을 쉽게 볼 수 있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또 초등학교 저학년 교실에선 새 학기가 시작되면 아이들이 감기를 한 번씩 앓고 지나갑니다. 그리고 그렇게 각자가 지닌 감기바이러스를 공유해 서로 면역이 생기면 연말까지 큰 문제없이 생활을 합니다. 또 감기가 유행하는 환절기엔 되도록이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대중시설 출입을 자제하면 예방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돼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돼지에게 감기처럼 여겨지는 질병은 한 번씩 돌아가면서 앓으면 면역을 형성하기도 하고 또 백신이 있는 질병은 예방접종을 통해 예방을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규모화된 실내 사육방식이 아닌 방목 사육과 같은 경우에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감염 압력(환자와의 접촉 빈도나 물리적 거리 등에 따라 감염 위험이 올라가는 것과 같이 감염된 개체에 의해 비감염된 개체가 감염될 수 있는 조건)이 상대적으로 덜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신종플루나 메르스와 같은 악성 전염병은 예외입니다. 어디서 어떻게 들어올지 예측이 불가능한 질병이며 일단 발생 시에는 격리와 시설 일시 폐쇄와 같은 대책이 필요한 긴급한 상황이죠. 


구제역과 같은 악성 가축전염병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측이 불가능하고 단순히 사육밀도가 낮추거나 유기방목사육의 형태로 전환한다고 발생이 없는 그런 질병이 아닙니다. 현재 백신을 통해 사육되는 돼지들의 질병 중 감염시 치사율이 매우 높은 '돼지 열병'이라는 질병의 경우 사육되는 돼지에게 발생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백신을 통해 관리가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야생 멧돼지의 경우 이 돼지열병에 감염된 경우가 종종 확인이 되고, 야생 멧돼지의 출몰이 빈번한 지역에 위치한 양돈장의 경우에는 항상 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예로 현재 러시아와 동유럽지역에서 발생중인 '아프리카 돼지열병'이란 질병이 있습니다. 이 질병의 경우 치사율이 매우 높아 전세계의 돼지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질병입니다. 그런데 이 질병 전파의 주요 원인이 바로 야생 멧돼지이고, 이 야생 멧돼지와 접촉이 용이한 소규모 사육돼지들(마당에서 몇 마리씩 키우는 돼지 : Backyard farming pig)에게서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즉 농장동물의 복지 개선은 필요하지만, 사육방식의 개선이 모든 악성 가축전염병을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악성 가축전염병은 그 발생과 전파를 막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더욱 심각하게 다뤄야 할 문제입니다.


구제역은 과연 어떤 질병이길래

구제역은 영어로 Foot and Mouth disease, 한자로 (입구, 발굽제, 전염병역)입니다. 말 그대로 주로 입과 발에 수포를 주 증상으로 하는 질병입니다. 어린아이들에게 발생하는 수족구병이라고 들어보셨을텐데요. 수족구병(手足口病)도 입안과 손, 발의 수포를 주 증상으로 하는 병으로 영어로는 Human Foot and Mouth disease라고 합니다. 이 수족구병의 특징은 전염력이 매우 강력하다는 것입니다. 감염병 중에서도 메르스 같은 치사율이 높은 전염병도 위험한 질병으로 여겨지지만, 수족구병과 같이 치명적이지 않으나 전염력이 강한 질병 역시 주요한 관리 대상입니다. 


손이나 발, 입안에 생긴 수포가 터지면 그 안에 있는 엄청난 양의 바이러스가 주변으로 노출되고 이로 인해 주위의 사람에게 쉽게 감염을 유발할 수 있는데요. 구제역도 마찬가지입니다. 동물(우제류: 소, 돼지와 같이 발굽이 짝수인 동물)의 발굽 주위와 입 주위에 생긴 수포가 터지면 그 안에서 엄청난 양의 바이러스가 배출되며 주변의 다른 동물들을 감염시킵니다. 그리고 입에 생긴 수포는 동물의 먹이 섭취를 어렵게 하고, 또 발굽 주위에 생긴 수포는 보행을 어렵게 하며 수포가 터진 상처로 2차적인 감염을 일으켜 결국 생명이 위태롭게 됩니다. 갓 태어난 새끼 돼지들의 경우 구제역에 노출되면 심장 근육의 염증(급성 심근염)으로 급사하는 경우도 발생하구요.


구제역이란 자연스럽게 치유가 될 수 있는 질병이니 극단적인 대책이 필요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확진된 개체를 별도로 격리해 다른 동물과의 접촉없이 물과 사료를 섭취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치유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감염의심 개체의 농장밖 이동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음압 병동과 같은 시설을 설치해 의심, 감염 동물의 격리와 회복을 위해 운영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입니다.


살처분만이 유일한 방법일까?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구제역 발생 시 살처분을 하지 않습니다. 구제역은 백신이 있지만, 구제역 바이러스의 유전자 타입이 워낙 다양합니다. 크게는 7가지가 있고 그 아래 다시 여러 갈래의 바이러스 유형이 존재합니다.


구제역 발생 시 대응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만약 백신을 접종하는 유형의 바이러스가 확인된 경우 임상증상을 나타낸 개체(입 주위와 발굽 주위의 수포 등)만을 선별적으로 안락사 후 매장합니다. 


하지만 이번 김포의 사례와 같이 접종하는 백신과 다른 유형의 새로운 바이러스로 확인이 되면 안타깝지만 발생 농장과 주변 반경 수㎞ 이내의 우제류에 대한 살처분이 실시됩니다.




살처분은 단순한 경제논리의 문제인가

구제역이 가축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농가의 소득 감소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선제적인 살처분 정책을 펼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구제역과 같은 악성 가축 전염병은 전파력이 매우 높아 다른 가축들의 건강에 위해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부득이한 살처분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며 전 세계적으로 따라야 하는 국제적인 규정이기도 합니다. 


물류의 이동이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지는 시대인 만큼 언제 어디서 사람과 가축의 악성전염병이 유입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사람이든 가축이든 악성전염병 발생 시 과학적인 조치로 확산을 막는 것은 전 세계 사람과 가축의 건강을 위해서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안락사 방법에 대한 문제

사람과 가축의 건강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시행되는 조치지만, 안락사 방법에 대한 부분은 매우 안타깝습니다. 원칙적으로 안락사의 기본 원칙은 가축이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실시하는 것과 바로 안락사 실시자의 안전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실시되는 '이산화탄소를 이용한 안락사'방법의 경우 돼지처럼 큰 동물에게 사용하기에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완전 밀폐 후 이산화탄소 주입을 해야 최대한 빠른 의식의 손실을 유도할 수 있는데 그런 장비는 작은 동물에만 적은 마리를 대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농장 내에서 완전 밀폐가 어렵고, 이로 인해 안락사의 기본 원칙인 빠른 의식 손실이 어려운 것이죠.


그렇다면 그 대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기본적으로 미국이나 유럽에서 돼지나 소와 같이 크기가 큰 동물의 안락사 방법으로 권고하는 것이 바로 타격을 통한 순간적인 의식 상실을 이용한 방법입니다(국제수역사무국 OIE기준). 일반적으로 개, 고양이같이 작은 동물을 부득이하게 안락사 해야 하는 경우 약물을 이용한 안락사 방법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개나 고양이처럼 작은 동물의 경우 보호자나 수의사가 이들을 고정시킨 후 약물 처치를 실시하므로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돼지와 소처럼 큰 동물의 경우 고정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고정 후에도 약물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자칫하면 실시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사용이 어렵습니다. 이에 두부를 타격해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게 하는 방법이 권장되며, 유럽이나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타격을 위한 안락사 기구가 화약을 이용한 방식이기에 국내에서의 사용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에 의견을 개진하고 있으며 많은 논의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더욱 인도적인 안락사 방법을 도입하는 것은 살처분 작업자들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사실 해외에서는 안락사 실시자들의 심리적 부분도 매우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선 종종 작업 실시자들을 손가락질하며 배려하지 않는 상황을 볼 때마다 안타깝습니다.


살아있는 생명을 보내야 한다는 점에서 마음이 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악성전염병에 대한 대처 과정은 우리나라, 더 나아가 이 세상 이곳저곳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 숨쉬는 다른 건강한 가축들을 지키기 위한 부득이한 상황임을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서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 좀 더 인도적인 방법이 하루빨리 도입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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