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가장 많이 수출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입니다. 만약 미국에서 구제역이나 ASF가 발생하는 경우 우리 정부의 수입금지 조치로 수출이 중단될까요? 그동안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는데 예측이 틀린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비슷한 사례가 가금산업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브라질 정부는 고병원성 AI 발생을 세계동물보건기구(WOAH)에 보고했습니다. 이 소식에 우리 정부는 브라질산 가금육을 비롯해 종란, 식용란, 초생추 등의 수입을 즉각적으로 전면 금지 조치했습니다.
그런데 금지 조치 일주일 후인 지난 23일 브라질 내 고병원성 AI 미발생 지역에서 생산된 닭고기에 한해 수입을 허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른바 지역화를 인정한 것입니다. 이 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닭고기(국내+수입, 2024년 기준) 가운데 20%는 브라질산 닭고기이기 때문입니다.
이날 정부는 "닭고기 주요 수입업체의 재고물량이 2~3개월 남은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이 조속 재개될 수 있도록 현재 진행 중인 수입위험평가, 상대국과 협의, 행정절차 등을 신속히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27일 정부는 "이번 브라질 AI 지역화 추진은 지난 19일 개최한 주요 닭고기 수입업체 협의회에서 논의된 사항으로 국내 수입 닭고기 재고물량 및 가격불안 등 시장 불확실성 제거를 위해서는 브라질산 닭고기 지역화가 우선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같은 날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브라질 수입 지역화는 무능·무책임한 졸속행정의 극치"라고 규탄하고 당장 철회를 요청했습니다(관련 기사).
한편 지난해 기준 전체 돼지고기(45만2천톤) 및 소고기(44만6천톤) 수입량 가운데 미국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9.1%, 48.3%입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