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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심보감(45) 아픈 돼지의 한숨, 뭣이 중헌디?] 효과적인 차단방역 시스템의 구축

(주)카길애그리퓨리나 이일석 이사 (leeilsuk@hanmail.net)

“보감(寶鑑)은 귀한 거울이라는 의미이다. 돈심보감(豚心寶鑑), 돼지의 마음을 비춰주는 거울처럼 농가들이 새로운 눈으로 돼지를 살피고 스스로 되돌아보게 해 주는데 작으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2년 전 개봉되었던 영화 ‘곡성’을 기억하는가? 직접 영화관까지 찾아가서 보진 못했더라도 소름 끼치는 연기로 주목을 받았던 여자 아이 주인공 효진의 아래 명대사는 익히 잘 알려져 있다.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뭣이! 뭣이 중헌지도 모름서..."

 

“뭣이 중헌디?” 명장면 바로 가기 >>

 

벌써 전국 곳곳에 허연 서리가 내리거나 심지어 얼음이 얼었다는 소식이 TV 날씨 뉴스에 등장한다. 제주도에도 서리가 예년보다도 열흘 이상 일찍 내렸다 하니 올 겨울은 어느 때보다 춥고 길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축산 현장에서는 이미 여기 저기 PED(돼지유행성설사병)와 AI(조류독감)이 발병되고 있는 상황으로 각종 바이러스의 활동이 점점 더 강해지는 시기에 농가들의 긴장감이 더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대부분 산악으로 이루어져 있고 좁은 땅에 인구 밀도가 매우 높은 나라에 속한다. 양돈 농가들도 다른 나라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밀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질병의 감염 기회도 높을 수 밖에 없다.

 

알다시피 중국의 ASF는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지속적인 확산이 되고 있고 많은 수의 전문가들은 국내에도 유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대박을 기대하면서 김칫국을 마시기엔 우리의 방역 시스템은 허술하기 짝이 없고 오히려 쪽박을 차게 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거의 무용지물이라고 얘기해야 할 만큼 대한민국 농가들의 방역 시스템은 솔직히 민망한 수준이고 지나가던 바이러스가 배꼽을 잡고서 바닥을 구를 것만 같다.

 

물론 농가 입장에서는 아마도 이런 얘기를 듣는다면 무척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냉정하게 우리의 현실을 생각해 본다면 지금까지 나름 공들여 해왔던 방역 관리들이 얼마나 넌센스나 다름없는 일이었는지 깨닫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방역은 제 2의 국방이라며 그 중요성을 추켜 세우고 지금껏 우리가 가장 강조해 오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실상을 들여다 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는 커다란 구멍에 대해 신랄한 지적이 필요해 보인다.

 

 

이번 돈심보감 편에서는 우리가 지금껏 한참 잘못된 방향으로 열심히 뛰어왔던 길을 되돌아보고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지 모색해 보고자 한다.

 

1. 차단방역, 왜 넌센스인가?

 

우리는 말도 안되는 엉터리 해결책을 내놓는 경우를 두고 ‘넌센스’라고 얘기한다. 필자는 좀 미안한 얘기지만 현재 우리나라 농가들이나 정부 정책에서 보여주고 있는 차단방역 행태를 총체적인 넌센스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다들 열심히 방역을 한다고는 하는데 필자의 눈에는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고 있거나 허공에 물총을 쏘고 있는 듯한 공허함을 지울 수가 없다.

 

잘못된 방향으로 열심히 달리면 상황은 오히려 더 나쁜 쪽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이제라도 뭐가 잘못되었는지 잘 따져볼 필요가 있다.

아래 질문에 과연 각자 몇 개나 ‘예’라는 답변을 할 수 있을지 한 번 체크해 보자.

 

[차단방역 체크 리스트]

 

위 차단방역 체크 리스트에는 우리가 자주 보아오던 방명록이나 소독 기록부, 대인 또는 차량 소독시설, 샤워 시설 등에 대한 내용은 들어있지 않다.

 

위 질문 항목은 모두 병원체의 가장 중요한 오염원이자 몸통에 해당하는 ‘유기물의 통제 여부’를 묻는 것으로 만일 7개의 질문에 모두 ‘예’라고 답하지 못했다면 방역이라는 말은 단지 형식적인 구호에 불과한 일이다.

 

돼지 질병, 특히 바이러스는 언제 가장 빠르게 확산될까? 그것은 바로 비가 온 직후 또는 눈이나 결빙된 도로가 살짝 녹기 시작하는 때이다. 왜 그럴까? 그것은 바로 도로의 오염된 유기물이 차량을 통해서 이곳 저곳으로 움직이기가 아주 용이해 지기 때문이다.

최근 발병하는 PED 역시 지난 번 태풍 이후 그 빈도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한 번 생각해 보자. 사료공장이나 도축장에서 제 아무리 소독을 잘 했다고 한들 농장까지 오염된 도로를 지나오는 동안 찰진 진흙이나 눈이 덕지덕지 붙어 버린 차량의 바퀴와 차체 하부를 완전히 세척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농장이 과연 우리나라에 몇 곳이나 존재할까?

 

아래 사진은 아무런 대책이 없이 농장에 들어오는 위험한 차량들이다. 그러나 겨울이면 소독 효과가 제로인 소독약으로 차량의 측면과 바퀴에 열심히 뿌리고 있는 사료 차량의 기사님을 보면 고객 농장의 안전을 위하는 그 마음과는 달리 아무짝에 소용없는 일로 귀한 시간을 허비한다는 생각에 참으로 허탈해 짐을 느낀다.

 

도태돈이나 분뇨를 수거해 가는 차량은 또 어떠한가? 도태돈 차량은 보통 도축장에서 그날 작업할 일정량의 모돈수를 채우기 위해 아침부터 여러 농장을 바쁘게 방문한다. 아마도 이집 저집 질병을 옮기고 다니는 일등공신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차량들이 농장에 들어와 이동하면서 유기물을 바닥에 흘리고, 특히 시동을 끄고 켜면서 진동에 의해 다량의 유기물이 축사 앞에 쉽게 떨어진다. 그러나 필자가 볼 때 유기물이 가장 많이 오염되어 있는 차량의 하부를 세척할 수 있는 수준의 강력한 분무 장치를 탑재한 소독 시설을 국내 농장에서는 거의 눈을 씻고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많은 농장에 설치되어 있는 아래와 같은 무늬만 소독 시설들은 차량의 유기물을 전혀 제거하지 못하면서 소독약을 잘못 쓰기라도 하면 차량만 부식시키고 유리 지갑인 필자의 피 같은 세금만 축내고 말았던 대한민국의 참담한 전시용 방역 시스템에 해당한다.

 

 

소위 방역을 철저히 한다는 대한민국 1%에 해당되는 농장을 보아도 사람만 열심히 샤워를 시키고 나머지 차량의 방역에 대해서는 일반 농장과 특별히 다를 바가 없는 경우가 많다.

 

전날 저녁과 오늘 아침에도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사람은 농장에 오면 또 샤워를 하고 복잡한 절차를 거치면서 많은 양의 유기물을 묻혀서 들어오는 차량이나 들짐승 등 몸통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는 농장을 보면 그냥 사람만 잡는 헛고생 방역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아래 사진은 대부분 농장에서 돼지를 이동할 때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사진 속의 장면에서 뭐가 문제인지 스스로 알고 있었다면 돼지에 대한 기초적인 상식을 잘 갖추고 있는 양돈인이다. 그러나 아직 아래 사진과 같은 행위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면 잠시 고민해 보고 그 이유를 한 번 맞춰 보시라.

 

 

 

위 사진 속의 모습은 보통 농장에서 흔히 저지르게 되는 방역 실패의 원인이 된다.

즉, 많은 차량이 돌아다닌 곳을 돼지나 사람이나 똑같이 밟고 다니고 큰 돼지가 다닌 농장 바닥을 작은 돼지가 마찬가지로 밟고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돼지가 주둥이로 오염된 땅바닥을 파 뒤집거나 발에다 흙을 묻혀서 새로운 돈방으로 들어가는데 아무리 그 돈방을 깨끗이 수세하고 올인-올아웃을 한다고 한들 도로아미타불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아래의 사진처럼 후보돈을 도입하자 마자 농장의 땅바닥을 주둥이로 파고 다녔을 때 혹시라도 며칠 후 PED나 PRRS가 후보돈에서 문제가 되었다면 그런 나쁜 후보돈을 공급한 종돈장의 문제일까? 아니면 해당 농장에 존재하던 바이러스가 이동 스트레스를 겪고 면역이 약한 후보돈에 쉽게 감염이 된 탓일까?

 

 

대다수 농가들은 실제 오염원이 되고 있는 중요한 핵심은 뒷전이고 껍데기에 불과하거나 형식적인 문제를 붙들고 씨름을 하는 소모적인 방역 프레임에 갇혀 있다.

이렇게 몸통은 놔두고 깃털만 잡는 무늬만 방역을 하는 현실에서 질병을 막아낸다는 건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무조건 아무 소독약이나 뿌리면 장땡인 것처럼 디테일이 없는 잘못된 방역 교육을 오랫동안 해 오면서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른 채 그냥 습관적으로 해오던 것들을 다시 한 번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2. 몸통 방역,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바로 농가들이 방역 활동의 초점을 유기물 제거와 유입 차단에 두는 것이다. 농장 출입구를 통과하는 차량이나 사람이 묻혀서 들어오는 유기물(흙)은 반드시 세척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력한 노즐 분무를 통한 차량의 하부 세척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우선이며 외부인 또는 출타했던 직원들은 농장 입구에서 농장 전용 장화를 갈아 신는 것이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최근 들어 일부 농장이나 거점 소독 시설에 강력한 세척 시스템을 갖춘 곳이 보이기도 한다. 아래 사진은 천안의 모 농장에서 도태모돈 출하 차량이 하부의 유기물을 세척하고 스팀 소독 장치를 통과하고 있는 모습이다.

 

차량의 유기물 세척이 제대로 되었다면 굳이 소독약을 뿌리는 것이 왜 필요하겠는가? 반대로 유기물이 그대로 들어온다면 소독약을 뿌리는 것은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농장에서는 항상 이 돈사와 저 돈사를 오가는 일이 발생하게 되고 사료, 분뇨, 출하 차량이 다니던 바닥을 밟고 돈사 안으로 들어간다.

 

따라서 돈사 간 이동 시에는 반드시 신발을 갈아 신는 것이 기본이며 돈사 별로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다른 색깔의 장화나 신발을 비치하여 두고 사용하는 것이 좋다.

장화나 신발의 바닥을 항상 소독약물에 담가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사실 돈사 간 이동 시 신발을 갈아 신는 원칙만 철저히 지켜도 상당한 질병 감염 기회를 차단해 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돈사 이동간 신발을 교체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일은 차량이 지나다니면서 오염시킨 돈사 옆의 오염된 땅바닥을 밟고 다니는 일을 근본적으로 차단해 주는 일이다.

 

바로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사람이나 돼지나 마찬가지로 돈사 이동 시 차량 이동로와 구분된 전용 통로를 이용하도록 시설을 설치해 주는 것이다.

 

 

 

특히 차량과 사람이 이동하는 구역을 구분을 해 주는 것은 방역에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스틸 그레이팅 자재를 이용하여 장화의 밑바닥 면이 유기물과 접촉할 가능성을 줄인다면 더욱 효과적이다. 돈사를 가로 지르는 구역에도 배수로를 만들고 스틸 그레이팅 처리를 해 주면 유기물 접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가 있다.

 

 

 

또한 돈사 내에서도 복도를 항상 청결히 하고 소독약을 가두어 두는 공간을 마련해 두면 배치나 돈방을 이동하면서 자동으로 신발 소독이 되어 질병 감염의 기회를 추가로 감소시킬 수 있다.

 

자그마한 발판 소독조의 경우 바쁘다고 담그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경우도 많은데 돈사별 입구의 복도 바닥에 방수 처리를 하고 신발의 바닥 면이 잠길 정도의 소독약을 가두어 두는 구역을 설치해 주면 매우 효과적인 소독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어느 누가 바쁘다고 해서 이단 공중 도약 점프를 하여 아래 사진에 보이는 소독 공간을 뛰어 넘어 갈 수 있겠는가?

 

 

우리는 지금까지 실질적인 몸통에 해당하는 유기물을 잡는 것이 아니라 깃털에 불과한 사람만 잡는 방역 활동에 집중해 왔다.

 

하루에도 ASF 발생 국가로부터 수천 명이 오가는 공항에서의 방역이 가능하기나 한 것이며 도축장이나 사료공장에서 차량을 소독했다고 한들 또 다시 오염된 도로를 통과해서 농장에 들어오는데 그 소독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방역은 결국 농장의 입구에서부터 시작될 수 밖에 없는 것이며 질병으로부터 농장의 안전은 농장주가 스스로 지키는 것이지 누가 대신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한숨만 나오는 탁상 방역 정책과 사람만 잡는 농장의 무용지물 방역 절차를 하루 빨리 뜯어 고치는 날이 오기를 고대하며 더 이상 고약한 질병을 벗 삼아 양돈을 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본 내용은 돈심보감 3편(차라리 소독하지 마라_밑 빠진 방역 시스템)의 업데이트 버전으로 기존 내용도 함께 참고할 것을 추천한다. 돈심보감 3편 바로 가기 >> http://www.pigpeople.net/news/article.html?no=4166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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