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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심보감(10) 우물에 가면 숭늉은 없다] 정확한 원인 파악과 조치

(주)카길애그리퓨리나 이일석 이사 (leeilsuk@hanmail.net)

“보감(寶鑑)은 귀한 거울이라는 의미이다. 돈심보감(豚心寶鑑)은 돼지의 마음을 비춰주는 거울처럼 농가들이 새로운 눈으로 돼지를 살피고 스스로 되돌아보게 해 주는데 작으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아침부터 단톡창에 ‘입춘대길(立春大吉)’이라는 카피된 영혼 없는 메시지가 오간다. 그래도 많은 그림들 중 제일 잘 생긴 놈으로 고르고 골라서 보내는 정성을 모를 리 없다. 

늘 그렇듯이 입춘(立春)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단골 손님인 한파특보도 발표되었다. 그래도 곧 봄이 올 거란 따뜻한 희망이 다시 땅속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입춘이라는 말만 들어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봄이 오는 소리에 설레고 삶의 활기가 가득 넘쳐 흐르기를 바란다.

농장에서는 늘 이런 저런 문제들과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그 원인은 아주 복합적이어서 해결이 지극히 어렵기도 하고 반대로 별의 별 방법을 동원해도 풀리지 않던 문제가 아주 간단한 조치로 바로 해결되는 경우도 있다.

이번 돈심보감에서는 농장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한 원인을 지나치게 일반화하고 우물에 가서 숭늉을 구하는 것처럼 엉뚱한 곳으로 가서 문제가 오히려 더 복잡해지고 어려워지는 경우에 대해 알아보겠다.

1. 어, 이거 회장염인데요?
아래 사진을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슷한 결론을 내린다. 회장염은 흔히 접하게 되는 질병이기도 하고 증상도 점액성 혈변과 함께 창백한 피부를 보이는 전형적인 모습으로 대다수의 농장에서 과거에 다들 경험했던 질병이다 보니 의례 그러려니 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단순한 판단으로 인해 엄청난 경제적 피해를 입었던 사례가 있다.



Y농장은 돼지가 잘 크지 않고 비육돈에서 간헐적으로 혈변을 보이는 개체들이 늘어나 거래하던 동물약품의 지원 수의사에게 방문 진단을 의뢰했다.

돌아온 답은 간단했다. 회장염이나 돈적리일 가능성이 많으니 먼저 타이로신 계열로 투약을 해보라는 처방을 받았다. 농장에서는 투약량을 늘려도 아무런 개선이 되지 않고 큰 비육돈들이 뚝뚝 떨어져 죽게 되자 감수성이 없다고 생각해서 다시 티아물린 계열의 항생제를 듬뿍 처방했다.

이후로도 여러 명의 수의사가 다녀갔지만 항생제의 종류와 투약 농도만 자꾸 바뀌었고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피해는 점점 더 심해졌고 비육돈들의 대량 폐사로 이어지던 중 결국 원인이 밝혀졌다.

바로 돈편충(Trichuris suis)이란 녀석이 범인이었다. 이것은 회장염이나 돈적리에 대한 조치의 결과가 아주 전형적이기 때문에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면 즉시 방향 수정이 가능하고 사실 상대적으로 판단하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농장은 꽤 많은 피해를 보고 나서야 원인을 찾아내게 되었다.



돈편충(Trichuris suis)은 비위생적인 농장이나 특히 톱밥돈사에서 피해를 일으키는 돼지의 내부 기생충으로 이보멕틴이나 펜벤다졸 등의 약제 투약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요즘은 돈편충의 피해가 과거에 비해 흔하게 나타나지는 않지만 양돈장의 어딘가에 숨어서 돼지를 노리고 있으므로 번식돈군 뿐만 아니라 비육돈 구간에서도 철저한 내,외부 기생충 구제를 해 주어야 한다.

앞으로는 “요즘 회장염은 항생제에도 내성이 걸려서 잘 해결되지 않는다.”고 불평하기보다는 좀 더 정확한 진단을 통해 제대로 된 조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2. 어휴, 사장님 농장도 PRRS네요?
모돈 1,200두 규모의 C농장은 매월 비육사로 이동하기 전 단계에 있는 20kg 전,후의 자돈이 400마리가 넘게 죽어나가고 있었다. 폐사율로 치면 자돈에서만 20%가 넘는 엄청난 손실이었다. 써코 백신도 철저히 하고 있었고 PRRS 백신을 자돈에도 접종해 보았지만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방문하는 수의사마다 원인은 모두 PRRS였고 오랫동안 변함 없는 폐사율에 대해서도 다들 똑같은 답변이었다.
“PRRS는 잘 아시겠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어요. 사장님 농장은 PRRS가 많이 활성화 되어 있어서 안정화 되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겁니다.”



그러나 농장주의 방문 요청을 받고 문제 구간을 점검을 하던 중 필자의 눈에 비친 환돈들에서는 PRRS와는 다른 써코 증상들이 눈에 띄었다.

“농장장님, 혹시 써코 백신은 접종하고 계신가요?”
“그럼요. 당연히 하고 있죠.”
“그래요? 백신은 어떤 걸 쓰시죠? 제가 보기엔 아무래도 써코바이러스가 문제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검사를 한 번 올려 보시죠.”

병성감정 의뢰 결과는 써코 항원이 양성이었고 기존에 접종하던 국내 생산 써코백신의 방어력이 낮은 것 같다는 의견을 제안했다.

농장에서는 필자의 의견을 받아들여 써코 백신을 효과가 검증된 제품으로 변경하고 증상이 아직 나타나지 않은 어린 자돈들에게 일괄 접종하기로 했다.

이후 새로운 백신을 접종한 돈군부터 폐사율은 급감하기 시작했고 꾸준히 월 400두가 넘었던 자돈 구간의 폐사 두수는 월 150두 미만으로 감소하여 확연한 개선을 보여주었다.



월 250두 이상의 자돈을 살려내는 기적은 아주 단순한 변화에서 시작되었지만 실제 우리의 눈에 보이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고 고정 관념이란 물 속에 가려져 숨어 있는 것을 찾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우리는 늘 우리가 내리고 있는 결론이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돌팔이처럼 보이는 전문가의 얘기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어야 한다.

3. 아… 고병원성 PRRS가 들어온 것 같은데요?
10년 전, 모돈 200두 규모의 J농장도 써코와 PRRS의 피해에서 예외가 되지 못했다. 환절기에는 심할 경우 50% 가까운 폐사율을 경험한 적도 있다. 날씨가 더워지는 여름에는 폐사율이 조금 낮아지다가도 여전히 위축과 폐사로 피해가 지속되고 있었다.

당시 아래 사진과 같은 돼지들을 보면 웬만한 사람들은 바로 회의적인 목소리로 대부분의 질병을 PRRS로 몰아가던 시기였다.



당시에는 '청이병'이라는 고병원성 PRRS가 중국에서 유행을 했었고 해당 농장주도 여기 저기에서 다들 고병원성 PRRS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를 듣다 보니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그러나 필자의 눈에는 돼지들이 고열과 함께 포개지고 설사 증상을 보이는 것과 다른 농장에서 흔히 보이는 PRRS와는 진행 과정에서 꽤 다른 모습이 감지되었다.

당시 대부분의 농장에서는 돈열 백신 접종을 100일령 이후로 늦추고 있었다. 정상적인 접종 프로그램을 적용할 경우 심한 백신 스트레스로 인하여 위축과 폐사 등 피해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농장주에게 정상적인 돈열 백신 접종 프로그램을 적용하되 스트레스로 인한 피해를 고려하여 접종 시기를 좀 더 앞당기는 쪽을 제안했고 이후로 증상은 크게 개선이 되어 더 이상 심한 고열로 포개지고 설사를 하는 일이 사라졌다.



최근 다른 백신에 비하여 돈열 백신의 접종 스트레스가 매우 심하다는 것은 천안의 풍일농장(대표 정창용)의 사료섭취량 데이터를 통해서도 밝혀졌다.

작년 양돈연구회 세미나에서 필자가 발표한 내용이 있고 중앙백신연구소의 이경원 수의사 역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백신 접종과 섭취량의 상관관계에 대한 데이터를 정리하여 돈열 백신의 후유증과 경제적 피해를 분석 발표하여 생마커 백신에 대한 정책적인 관심을 높이고 연구를 본격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4. 이래서 도대체 비싼 사료를 쓰겠어?
농가에서는 돼지가 잘 안 크거나 사료섭취량이 떨어진다 싶으면 우선 사료 품질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게 된다. 농장에서는 사양관리에 변화가 없었다는 이유로 사료에 장난을 쳤다는 의심을 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돼지를 키우는 것이나 사료를 만드는 것이나 결국 둘 다 생물을 다루는 것이어서 늘 품질이 균일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사료 품질 관련 문제도 당연히 종종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때로 이런 사료 품질에 대한 불신은 정작 문제의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대부분의 농장주들은 사료 품질 불만을 제기했을 때 이미 확신을 갖고 있어서 관리적인 문제를 찾아서 설명하더라도 잘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한 판매부장으로부터 농장을 좀 봐달라며 긴급하게 도움 요청이 왔다. 분만사의 사료섭취량이 좋지 않은 D농장에서 이런 식으로는 더 이상 비싼 사료를 계속 사용하기가 어렵다며 불만이 있다는 것이다. 겨울철인데도 벌써 두 달이 넘게 지나도록 오히려 여름보다도 포유모돈의 사료섭취량이 떨어져서 포유자돈의 품질이 매우 안 좋다는 불만이었다.

필자는 이미 최근 방문했던 여러 농장들에서 포유 중 피크 섭취량이 10kg 가까이 잘 먹고 포유자돈들도 탱글탱글한 모습을 보았던 터라 분명 해당 농장에 문제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대부분 그런 경우에 필자의 소신대로 최근 사료품질에는 문제가 없는 것 같다고 얘기해 본들 결과는 더 큰 불신만 보이기 때문에 관리적인 문제보다는 우선 사료 품질에 대한 불만에 수긍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대화를 풀어갈 수 밖에 없다.

D농장의 농장장은 지금까지 관리는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고 특별히 호흡기 질병도 문제가 되지 않는데 포유돈 섭취량 피크가 4.5kg 밖에 안 되고 자돈들이 젖이 부족해서 위축된다며 걱정이 태산이다.


그러나 다른 농장에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사료를 해당 농장에 특별히 금테를 둘러서 갖다 줄 수도 없고 설령 그렇게 한다고 한들 근본적인 원인을 찾지 않고서 문제가 되고 있는 사료 섭취량이 정상화될 리가 없다. 결국 문제는 농장에서 찾아주어야 한다.

필자는 분만사 안으로 들어가면서 이미 감이 왔다. 달걀 썩는 냄새가 살짝 코끝을 스치고 최근 들렀던 다른 농장들의 분만사와 미묘하게 다른 느낌이 감지된다. 겨울철에 흔히 나타나는 환기 부족 증상에 대해 환기휀을 들여다 보고 나서 설명해 주었다.


겨울철에 온도 하락을 막기 위해 최소로 운영하는 환기휀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해서 환기량이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많고 그로 인하여 모돈은 산소 부족에 의한 섭취량 감소로 이어지는 경우가 흔하다.

20분을 넘게 분만사 안에서 관리자와 이야기를 하면서 필자는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산소가 부족한 상태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정작 관리자는 별로 감이 없었다.

일반적으로 농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늘 똑 같은 일상에 적응되어 있고 잠깐 잠깐 일을 보러 돈사 안에 들어갔다 나오는 일을 반복하기 때문에 하루 종일 돈사 안에서 갇혀 지내는 돼지가 24시간 어떤 일을 겪는지 몸으로 느끼기란 매우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늘 똑 같이 반복적인 일을 하는 농장주나 농장 직원들이 오히려 농장 내부의 점진적이고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상태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한 것을 알 수 있다.

동영상 보기 >> 환기휀의 저속 회전과 환기 부족


필자는 해당 분만사에 여름철 스나웃쿨링을 위해 작은 시로코휀을 설치해 놓은 것을 발견했다. 그리 크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 돌려도 온도를 많이 떨어뜨리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기존의 큰 휀으로는 조절이 쉽지 않겠다는 판단에서 일단 별도의 투자 없이 모돈의 머리를 향해 있는 송풍관을 천정 방향으로 꺾어서 가동해 보자는 제안을 했다.

다음 날부터 포유모돈들은 곧바로 사료섭취량이 늘어나기 시작해서 금새 피크 섭취량이 9kg까지 올라가면서 위축되었던 포유자돈들의 상태도 확연히 개선이 되었다.



위에서 언급한 것 말고도 지금까지 많은 농장에서 문제의 원인을 잘못 분석하여 쓸데없이 비용과 시간을 낭비하고도 문제를 개선하지 못하고 큰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는 실패 사례가 무수히 많았다.

수십 년 동안 돼지를 키웠던 농장주나 관리자뿐만 아니라 나름 전문가라 불리는 컨설턴트조차 아주 단순한 문제 앞에서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우물에 가서 숭늉을 찾는 경우가 많았으니 돼지를 잘 키우는 조건은 ‘타성에 젖지 말라.’는 원칙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꼭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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