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돼지수의사회(회장 최종영, 이하 돼지수의사회)가 지난 16일 수의정책포럼을 열고 ASF 방역, 항생제 처방, 제3종 가축전염병 관리, 돼지 안락사, 관납 등과 관련한 문제점을 짚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함께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소 민감한 주제임에도 높은 관심 속에 진행되었습니다. 

먼저 최지웅 원장(지웅동물병원)은 'ASF 방역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 제언'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8대 방역시설이 실제 양돈 현장에서 비과학적으로 형식적으로 설치·운영되고 있는 사례를 보여주면서, 이의 개선과 함께 특히, 출하차량 및 출하기사에 대한 방역을 강조했습니다. 이 과정에 돼지수의사가 상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이주용 원장(내포동물병원)은 '항생제 처방 및 동물약품 유통의 문제점'을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처방전을 둘러싼 사무장병원, 가짜처방전, 불법진료, 불법약품유통, 잘못된 행정 등의 부조리를 조목조목 비판하고,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면서 수의사처방제가 한돈이 안전한 먹거리임을 제도적으로 증명하고,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디딤돌이 되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김성일 원장(돼지와건강)은 '제3종 가축전염병 관리 체계에 대한 현황과 한계' 발표에서 사실상 제3종 가축전염병은 법상 정부의 관리 하에 두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애물단지'로 취급받으며 관리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히려 이동제한 조치 우려로 진단 의뢰를 꺼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덕분에 발생 통계는 엉터리입니다. 이에 김 원장은 제3종 가축전염병 대상을 다시 선정하거나 이동제한 조치 폐기 등의 제도 정비를 제안했습니다. 현재 돼지 관련 제3종 가축전염병은 PRRS, PED, TGE, AR, 돈단독 등이 있습니다. 

주영신 수의사(가톨릭대학교 의생명산업연구원 실험동물연구센터)는 '실험동물의 안락사' 발표를 통해 농장동물로서 돼지의 안락사 관련 평가 기준과 검토사항, 구체적인 방법 등을 소개했습니다. 안락사 실행자가 느낄 수 있는 일종의 심리 부작용인 '동정피로' 관리도 강조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현재 한돈산업에는 농장 단계에서의 돼지 안락사(도태)와 관련해 별도의 지침이 마련되지 않아 언제라도 동물복지 이슈 발생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PCB(Penetrating captive bolt) 등 안락사 도구 사용을 위한 제도상의 보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끝으로 김종식 원장(이엘동물병원)은 동물용의약품 관납을 주제로 발표했습니다. 김 원장은 관납이 수의사 및 농장 모두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수의사에게는 농장과의 관계 약화와 매출 감소 등을 일으키고 있으며, 농장에게는 불필요한, 때로는 부작용을 유발하거나 효과가 없는 관납 제품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김 원장은 관납과 관련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습니다. 반려동물과 마찬가지로 수의사처방제에 백신을 포함하는 것을 예로 들었습니다. 이를 통해 개별 농장에 필요한 백신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펼쳤습니다. 

돼지수의사회 최종영 회장은 "이번 수의정책포럼은 현장의 문제점 도출에 의한 회원들의 토론을 통해 여러 의견을 공유하여 최종 목표인 가이드라인 결정을 위한 기초작업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토론식 포럼으로 준비하였다"며, "앞으로 회원 간의 소통 채널을 확대하여 활발한 토론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실질적인 정책 제안들을 도출해 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