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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처분 반대 성토장된 토론회 '죽이는 방역 대신 살리는 방역을'

19일 '가축전염병 대응 개선방향과 과제' 주제로 국회 토론회 개최...과도한 살처분에 반대 한 목소리

“산불이 났습니다. 위험을 막고 산림자원을 보존하기 위해 진화에 나섭니다. 헬기를 동원해도 끌 수 없을 만큼 불이 번집니다. 주변 산림을 미리 태워 불길을 막기 위해 맞불을 놓기로 합니다. 마지막 수단인 만큼 맞불은 제대로 살펴야 합니다. 그런데 주변 산에 모두 맞불을 놓아 발화 산보다 훨씬 넓은 주변 산을 모두 태웠습니다. 그리고는 산불을 막았다 합니다. 어찌해야겠습니까?” - 이근행 소장(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지난 19일 송옥주 의원(더불어민주당, 화성 갑) 등 여러 국회의원,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동물복지국회포럼의 공동 주최로 '가축전염병 대응 개선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관련 기사). 이날 3시간여에 걸쳐 진행된 토론회는 말 그대로 정부의 과도한 '예방적 살처분' 정책에 대한 성토장이었습니다. 

 

토론회의 계기인 최근 '고병원성 AI' 사태 관련 정부는 지난 '18년 개정한 고시, 살처분 반경을 발생농장 반경 500m에서 3km로 확대를 근거로 현재까지(4.4 기준) 약 3천만 마리의 닭과 오리 등을 살처분했습니다. 이에 따른 계란 가격 급등에 정부는 계란 수입으로 대처하고 있습니다. 

 

 

이날 행사에서 송옥주 의원은 인삿말에서 "축산 농가의 형태와 환경, 관리 여건 등을 고려하지 않는 정부의 선긋기식 조치(살처분)는 분명히 개선되어야 한다"며, "오늘 토론회를 계기로 가축전염병 방역 관련 개선 방향에 대해서 더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송 의원은 정부의 무차별적인 예방적 살처분을 막는 법을 발의한 바 있습니다(관련 기사). 

 

정부의 '살처분'은 일종의 '집착'...예방적 살처분의 예방 필요

토론에 앞서 '예방적 살처분 정책의 문제점과 대안 모색'를 주제로 첫 발제를 한 이근행 소장(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은 예방적 살처분은 방역에 있어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에 신중해야 하는데 정부가 이에 '집착'하고, 이를 통해 결국 축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모순된 생각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소장은 "강화한 ‘살처분’으로 감염 확산을 방지했다고 방역행정은 평가하고 있으나, 과도한 예방적 살처분으로 축산과 수급 기반을 약화시키고 (가금사육) 농가들의 생산과 방역 실천 활동을 저해하였다는 평가와 논란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농(農)의 본질적 과제인 농업·농촌의 건강한 지속, 자급률 제고와 식량주권 확보는 밀쳐놓더라도 ‘살처분’ 방역이 현행 가축전염병 예방법의 목적인 ‘축산업의 발전과 공중위생의 향상’에 이바지하고 있는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과도하고 과잉 강화된 방역행정이 ‘가축전염병 예방’ 정책의 합리적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상황이며, 예방을 제1원칙으로 삼아 현 방역행정의 ‘예방적 살처분’을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무분별한 살처분 방역을 통제하기 위해 ‘예방적 살처분’을 엄밀하게 하는 것과 함께 가축전염병 예방법의 목적을 축산업의 발전이 아니라, 가축의 건강을 ‘증진,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축산 구조·환경 개선, 축산업 허가 시 가축전염병 고려, 살처분의 필요 최소화, 보상 문제의 합리적 방향, 지자체 방역협의체계와 방역행정 거버넌스 체계 실제화 등 개선 등의 필요성을 전했습니다. 

 

방역행정, 제1의 원칙으로서의 예방의 원칙 명시화 필요

두 번째 발제를 한 함태성 교수(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는 '가축 살처분 제도의 법적 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살처분에 대한 법적·제도적 미비점을 지적하고 이의 개선이 필요함을 피력했습니다.  

 

 

함태성 교수는 "가축전염병 예방법 상 가축전염병에 대응하는 실질적인 조치-격리, 가축사육시설의 폐쇄명령, 살처분 명령, 도태의 권고 등-은 시장·군수·구청장이 처분권자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중앙 정부에서 방역관련 의사결정이 일방적으로 이루어지고, 이것이 각 지자체로 하달되는 것이 현실이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함 교수는 우선 "입법적으로 '가축전염병 예방법' 제1장 총칙에 가축전염병 방역행정의 기본원칙 규정을 신설하고, ‘예방의 원칙’을 제1의 원칙으로 명시해야 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그는 구체적으로 입법형식적인 측면에서 '가축전염병 예방법'에 일반적 살처분과 예방적 살처분을 명시적으로 구별하여 별개의 조문으로 두고, 예방적 살처분 명령을 내리는 경우 그 판단기준을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해야 하며, 관련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 해당 지역의 지리적 특성 등 일정한 사항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도록 해야 할 것 등을 제안했습니다. 

 

 

지정토론에서는 '예방적 살처분'에 대한 보다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토론자들은 한 목소리로 '죽이는 방역이 아닌 살리는 방역'을 강조했습니다. 

 

지난 2월 예방적 살처분 조치를 당한 유재호 대표(산안마을, 산란계)는 "지난 3년간 방역을 위해 투자한 별도 비용을 포함하면 표면으로 드러난 액수로만 약 13억원이 물거품이 되버리는 상황이 발생했다"며, "농림축산식품부는 농가를 축산업 발전을 위한 방역의 한 주체가 아닌 감시, 통제하고 처벌해야할 대상으로만 보는 듯 하다"고 말했습니다. 

 

대한양계협회 채란위원장 안두영 대표는 예방적 살처분이 과도한 기본권·재산권 침해라면서 아울러 살처분 보상금의 문제도 짚었습니다. "AI 발생 이후 산란계 병아리 및 중추가격 상승으로 AI발생지역의 방역대 해제된 후 농가에 산정된 살처분 보상금으로는 재입식 비용에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며 "현실적인 보상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가금수의사회 윤종웅 회장은 이미 개발된 백신은 놔두고 여전히 살처분 정책에만 매달리고 있는 정부에 대해 "행정으로만 방역을 하고 있고, 그저 실제하지 않는 데이터나 가능성만 믿고 현장과 소통을 하거나 민간의 의견은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이유을 분석했습니다. 

 

동물권행동 카라의 김현지 정책실장은 "이번 고병원성 AI 관련 살처분은 예방적 살처분 마릿수를 감안한다면 역대 최악의 대량 살처분이었다"고 평하고, "예방적 살처분과 같이 죽여서 미리 없애버리는 것이 방역이라고 볼 수 있는가" 되물었습니다. 그러면서 예방적 살처분 정책의 폐기와 함께 대량 사육환경 개선, 과학적 방역 도입을 요구했습니다. 

 

하승수 변호사(공익법률센터)는 현행 법상 살처분 명령권자는 지자체장으로 되어 있음에도 중앙정부가 실질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법치주의에도 반하는 것이며,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짐에 따라 정책실패의 책임을 묻기도 어려워져서 행정의 투명성.책임성을 확보하지도 못하게 된다"고 지적하고 농가나 시민.환경단체가 예방적 살처분에 대해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등의 법률 개선을 주장했습니다. 

 

이날 유일하게 정부 대표로 나온 농식품부 홍성기 조류인플루엔자 과장은 "앞으로 예방적 살처분과 관련한 오늘 지적에 대해 많이 참고하겠다"면서, "올해 질병관리등급제를 본격 추진을 준비하고 있는데 우수 농가에 대해서는 예방적 살처분을 제외 또는 면제하는 것에 대해 내부 논의 중이다"고 밝혔습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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