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한 2025년 한 해가 저물었습니다. 지난해 국내 ASF 상황은 ‘숫자’만 보면 분명 '진정' 국면에 가까웠습니다. 전년 대비 발생건수뿐만 아니라 발생지역이 줄고, 야생멧돼지의 경우 처음으로 발생 공백 기간이 나타나는 등 외견상 방역 성과가 가시화되는 듯 보였습니다. 다만 이 성과가 곧 ‘질병 안정’으로 직결되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2025년은 '왜, 어디서, 어떻게 바이러스가 들어오는가'라는 질문을 더 선명하게 남긴 해였습니다.
줄어든 건 사실…그러나 ‘진정’은 ‘종식’이 아니다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전체 야생멧돼지 ASF 검출 건수는 109건으로 전년(719건) 대비 크게 낮은 수준(-85%)을 기록했습니다. 검출 지역도 12개 시군으로 지난해(25개)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특히, 올해는 신규지역으로 확산되지 않고 기존 발생지역에서만 간헐적으로 발생했습니다. 처음있는 일입니다.
이 과정에서 사육돼지 발생건수도 6건으로 지난해(11건)의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습니다. 발생시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충남 당진에서 처음으로 발생농장이 나와 충격을 주었습니다. 결국 야생멧돼지, 사육돼지 모두, ‘발생 감소’는 방역 강도를 낮출 명분이 되기 어렵다는 점을 각인시키는 교훈을 주었습니다.
감염멧돼지 '공백'은 경고였다
2025년에는 야생멧돼지 감염 개체가 한동안 뜸해졌다가, 3개월 만인 10월 말 이후 다시 늘어나는 흐름이 나타났습니다(관련 기사). 현재 강원 지역(화천·춘천)뿐만 아니라 충북 지역(충주·제천)으로 재확산되는 양상입니다.
이는 야생멧돼지 포획·수색이 느슨해질 때 바이러스가 ‘보이지 않게 남아 있다가’ 다시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공백은 ‘종식’이 아니라 탐지력 변화(수색·포획 강도, 계절 요인)의 반영일 수 있다는 점을 2025년이 보여줬습니다.
'멧돼지 없는 발생'은 왜 반복되나
2025년 사육돼지에서의 ASF 발생 사례는 총 6건입니다(양주 3, 파주 1, 연천 1, 당진 1). 양주의 경우 감염멧돼지 발견이 없는 상황에서 '23 1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연달아 4건이나 발생했습니다. 충남 당진은 그간 사육돼지·야생멧돼지 모두 ASF가 없던 지역에서의 첫 발생으로, 국내 주 검출 유전형과 다른 유전형이 확인돼 해외 유입 가능성이 ‘높은’ 쪽으로 무게가 실렸습니다(관련 기사).
방역당국은 보완 필요 분야로 외국인 근로자, 불법 반입 축산물, 농장 종사자 이동 등 인적·물적 요인을 콕 집었습니다. 2025년은 '야생멧돼지 관리'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발생이 존재하며, 농장 내외부의 사람/차량/물류 방역이 별도의 핵심축으로 떠올랐음을 확인한 해였습니다. 국경검역 구멍을 통해 추가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전혀 새로운 바이러스(유전형 1, 재조합 등)가 국내로 유입될 수 있음을 경고한 해였습니다.
조기 발견의 실패가 피해를 키운다
당진 사례는 ‘발생’보다 ‘발견’이 한참 늦었음을 안 최초의 사례입니다. 역학조사 과정에서 바이러스의 유입 추정 시점이 11월에서 최소 10월 초로 앞당겨졌습니다. 거의 두 달 가까이 그 누구도 충남의 사육돼지에 바이러스가 노출되었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지나간 일이지만, 지금 생각해도 가슴 철렁한 일입니다. 하마터면 전국이 ASF 바이러스에 오염될 뻔 했습니다.
이 대목은 '농장 안에서 이상 징후를 얼마나 빨리 ‘검사-판정-통제’로 연결할 수 있나' 하는 질문을 던집니다. 방역당국이 ASF 신고기준을 구체화하고 민간 검사기관에 의뢰된 돼지 시료에 대해 앞으로 항원 검사를 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입니다.
2025년 ASF는 '줄었다'는 결론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줄었기 때문에' 다음 단계 질문이 더 선명해졌습니다. '야생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농장 안으로 무엇이 들어오고 있는지', '우리는 얼마나 빨리 알아차릴 수 있는지'. 2026년 방역의 성패는 이 세 질문에 대한 현장의 답변 속도에 달려 있다 하겠습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