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한 근 가격이 장바구니 물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된 지 오래되었습니다. 최근 정부가 돼지고기 수급 안정을 위해 내놓은 카드는 '평균 출하체중 5kg 상향'입니다. 새로운 사육두수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 마리당 생산되는 고기 양을 늘려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정부의 계산에 따르면 이렇게 할 경우 정육 생산량이 약 4.3%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3월 26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TF 회의를 통해 이 방안을 검토 중이라 밝혔으며, 오는 7월까지 삼겹살 지방 비율 조정 등과 연계한 등급판정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구체적인 일정까지 제시했습니다(관련 기사).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발표에 대해 양돈업계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합니다. 현장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이들이라면 이 정책이 얼마나 복잡하고 위험한 전제 조건들을 간과하고 있는지 금방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출하체중을 5kg 올린다는 것은 돼지를 돈사에서 더 오래 키워야 함을 의미합니다. 이는 단순히 기간의 연장이 아니라 농장 전체의 생산 흐름을 뒤흔드는 일입니다. 돈사 입출하 주기인 '올인 올아웃(All-in All-out)' 체계의 재설계는 물론 주간 출하 계획과 모돈수 대비 비육돈 수용 능력의 균형을 모두 다시 맞춰야 합니다. 만약 이 균형 중 하나라도 어긋나면 즉각적인 '과밀 사육'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좁은 공간에서 돼지가 받는 스트레스는 면역력 저하와 질병 발생으로 직결되며, 결국 공급을 늘리려다 고기의 품질을 떨어뜨리고 항생제 사용량만 늘리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기존 법령과의 충돌 문제도 피할 수 없는 난제입니다. 현행 축산법 하위 법령은 동물복지를 고려해 비육돈 1두당 최소 사육면적 기준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출하체중이 늘어나 몸집이 커진 돼지들이 기존과 같은 공간에서 더 오래 머물게 된다면 이는 사실상 법적 기준 위반으로 간주될 소지가 큽니다. 동물복지 관련 단체의 거센 항의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려면 사육두수를 줄여 면적을 확보하거나 사육면적 기준 자체를 완화해야 하는데, 전자는 공급 확대라는 정책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후자는 동물복지의 후퇴라는 사회적 비판과 법령 개정이라는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어느 쪽이든 단기간에 결론을 낼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인프라의 한계도 명확합니다. 국내 도축장의 대다수는 115kg 내외의 돼지를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레일과 걸이 장치, 탕박 설비와 냉각 라인 모두가 현재의 체급에 최적화되어 있어 120kg가 넘는 고체중 돼지가 입고될 경우 작업 효율이 급격히 떨어질 뿐만 아니라 시설 안전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도축 시설의 대대적인 보수와 냉각 프로세스 재조정을 위한 막대한 투자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요구됩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직면한 불편한 진실은 우리나라의 사육환경이 그리 녹록지 않다는 점입니다. PRRS, PED, 흉막폐렴, 회장염 등 각종 전염병이 상재화된 상황에서 사육 기간을 늘리는 것은 질병 노출 시간을 연장하는 위험한 도박입니다. 특히 여름철 폭염은 고체중 돼지에게 치명적인 열 스트레스를 유발합니다. 실제로 지난해 한돈산업은 MSY 19두 달성에 또 실패하며 현장의 어려움을 증명한 바 있습니다(한돈팜스 18.9두). 선진 양돈국과 비교하기에 앞서 우리가 고체중 출하를 감당할 수 있는 방역과 기후 대응 기반을 갖추었는지부터 냉정하게 돌아보아야 합니다.
정부는 7월까지 개선안을 내놓겠다고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이는 시작일 뿐 결코 종착역이 될 수 없습니다. 출하체중 상향은 물가 안정이라는 단기 처방으로 접근할 가벼운 문제가 아닙니다. 사양 관리와 법적 규제, 도축 인프라와 국가 방역 체계가 유기적으로 얽힌 중장기적인 구조 개편의 관점에서 다루어져야 합니다. 준비되지 않은 채 서두른 정책은 농가의 생산비 부담만 가중시키고 한돈의 품질과 방역망을 동시에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정책의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의 정확성입니다. 물가 안정을 향한 조급함이 우리 양돈산업 전체를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지 않도록 업계와 전문가, 농가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한 단계적 접근이 절실합니다.
이득흔 기자(pigpeople100@gmail.com)

































